도시에서의 삶은 끊임없이 환기시켜준다. 지구의 정복자로서 인류가 얼마나 막강한 존재인지. 하늘로 치솟은 빌딩 숲, 강 위를 가뿐하게 건너가는 차들, 빠르고 정확한 지하철, 스마트한 기계들, 필요하다고 느끼는 노동의 대부분을 돈으로 구매 가능한 사회. 현대인들에게 일상이 되어버린 것들이지만 한편으로는 낯설게 느껴진다. 인류는 세상을 이만큼 발전시켜왔지만, 인류의 일부분인 나는 그 기술의 원리를 모두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VR/AR 테크&아트 페스티벌> 현장 또한 인류로서의 희열과 한 명의 개인으로서 낯섦이 공존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관심이 없더라도, 원하지 않더라도 세상은 변한다는 것이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 영화를 360도로 관람하고, 한 톨 씨앗이 되어 땅 속에 묻혔다가 흙을 뚫고 자라나는 나무가 되어볼 수 있다. 이는 분명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 VR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경험이다. <VR/AR 테크&아트 페스티벌> 전시 현장은 체험을 기다리는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VR작품 감상을 위해서는 장비를 착용해야하기에 작품 별 안내자가 존재했고, 필연적으로 다수 동시 관람은 불가능하다. 미술관에서 작품 감상을 위해 시간 예약을 하고 기다려본 적이 있었던가. 낯선 풍경 속에서 생각했다. 미지의 세계를 정복해 나가는 인간의 위대함, 신기술이 가져 올 새로운 일상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오롯이 느꼈다.

근대의 발명품 ‘예술’ 이전의 ‘예술’은 이런 것이었다. 과거의 미술은 ‘교회’에 가야만 접할 수 있었다. 하늘로 치솟은 웅장한 건축과 석조, 화려한 스테인글라스, 이야기가 담겨 있는 벽화… 스마트폰도 TV도 책도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과거에 살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야기를 시각화한 유일한 매체였던 교회의 작품들은 얼마나 큰 감동이었을까. 미적 체험마저 종교적 체험의 일부분으로 수용되었으리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업 공정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 신기하고 놀라운 VR,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MR(Mixed or Mersd Reality, 혼합 또는 융합 현실)의 세계. 새로운 감각, 경험의 확장은 당시 사람들이 ‘교회’에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모두가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온라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 시공간의 한계가 사라지고 있다. 예술이 기술과 만났을 때, 고전적 의미의 예술 체험은 이미 부활을 예고했는지도 모른다. 필연적으로 권력, 자본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된다는 것도 과거의 그것과 닮았다. 본래 ‘예술(art)’과 ‘기술(technology)’은  ‘테크네(techne)’라는 같은 어원을 갖고 있지 않은가. 진정한 예술은 무엇일까. 어디까지가 예술일까. 나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예술’을 이해하고 정의하는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화되어 왔다. 스마트폰이 삶의 일부가 될 줄 알고 있었던 사람 몇이나 될까.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예술이 도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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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지난 7월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 동안 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는 글로벌개발자포럼 2019 <VR/AR 테크&아트 페스티벌>이 열렸다. 올 해 3회를 맞이한 글로벌개발자포럼은 ‘예술’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워 ‘기술융합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새로운 창작도구로서 ‘기술’을 주목하고, 혁신을 낳는 창의력을 동력으로 한다는 점에서 ‘예술’과 ‘기술’의 공통점을 찾았다. 본 글은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초청으로 전시 관람 후 작성되었으며, 한 명의 관객으로서 느낌 소감을 자유롭게 쓴 것임을 밝힌다. 행사와 관련한 세부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http://www.gdf2019.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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