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섬>. 언젠가 보았던 그 시. 시의 구절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어느 순간 꼬르륵 하고 떠오릅니다. 어느 순간일까요. 아마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서로를 알아가며 관계가 형성되어 가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호감을 갖고 애정 싹을 틔울 때 참 아름다운 시. 하지만 우리네 삶은 언제나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봅시다. 정말 그 섬에 가고 싶나요. 안 가고 싶은 섬도 있습니다. 어떤 섬은 잘 가꿔지고, 어떤 섬은 버려집니다. 자, 주변을 돌아봅시다. 내 주변에는 몇 개의 섬이 존재하는지, 그 섬은 어떤 상태인지. 섬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섬에서 또 섬으로 가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 그 어려운 걸 해보겠다며 모였습니다. 바로 인문랩, ‘잇문’입니다.

포스트
마음의 을 여는 시간

아무리 명분 좋은 일도 그 일 속에 ‘내’가 없으면 어떤가요. 다시 말해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참으로 곤욕입니다. 집에 갈 시간만 기다리게 되는 것이죠. 돌이켜보니 이런 상황(🏠🚶🏻‍♀️10)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만남 초기에 인문랩은 포스트잇 중독이었습니다. 네, 맞아요. 문구점에서 파는 그 포스트잇이요.

그 시작은 오리엔테이션이었죠. 청년연구원으로 최종 선발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품고 콩닥콩닥한 마음으로 참석했어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제주도에서 (자칭)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였습니다. 5월 9일. 왜인지 날짜가 기억납니다. 연말까지 함께 진행하게 될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요. 몸 놀이로 긴장을 푼 뒤에 생태, 인문, 과학 각 분야의 전문가, 랩장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포스트잇에 각자의 관심사를 적어보고 대화를 나눴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이후에도 한 달 가까이 모임 때마다 포스트잇을 활용했습니다.

“아, 또 포스트잇 인가요”
“네, 오늘까지만 해 봅시다.”
“앗, 이거 데자뷰인가요.”
“진짜 마지막~!”

논의했던 것들이 자꾸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에 조급한 마음이 일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진심이 툭 튀어나올 때가 있었어요. 그 때 깨달았죠. 아, 이전에 적었던 것들은 ‘인문랩이라면 이런 것들에 관심 가져야한다’고 생각했던 관념이 섞여 있었구나. 답을 정해놓지 않는 충분한 대화. 답이 정해져 있는 것 같을 때, 무언가 내키지 않는다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용기. 각자의 관심사를 시작으로 우리의 관심사를 찾아가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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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주문화예술재단의 Artreach Jeju 브런치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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