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들어서면 조용하고 고급스러워서 다른 세상 같지만 그 곳 역시 한국이다. 나는 작가들의 예민한 감수성을 신뢰하는데 불편함을 외면하지 못하는 예민한 감수성이 변화를 만들어 내는 씨앗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바로 오늘 만들어지고 있는 누군가의 작품에는 이 사회의 어떤 불편한 모습이 담아지고 있을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올해의 작가상 2016>에서는 한국미술의 현재를 볼 수 있다. 2012년부터 진행된 ‘올해의 작가상’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협력하여 역량 있는 미술 작가를 후원하는 권위있는 수상 제도다. 1,450여 점의 드로잉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 김을, 사진 매체에 대한 실험을 하는 백승우. 그리고 축구선수가 된 탈북 소년과 공동작업을 한 함경아. 강제이주되는 식물을 통해 개발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믹스라이스 팀이 전시 중이며 신작과 함께 지난 활동의 아카이브, 심층 인터뷰 영상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이 중 유일하게 말을 걸어오는 작품은 믹스라이스의 “덩굴연대기”였다. 재개발과 이주라는 익숙한 사회현상을 다루고 있어 몰입에 어려움이 없다. 작품의 소재 또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들이다. 2채널 영상 “덩굴연대기”에서 볼 수 있는 나무의 의인화 그리고 “우리는 왜 외부를 내버려 두지 않는가? 우리는 왜 모두 내부여야만 하는가?”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마치 소유자인 것처럼 행세하는 인간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탈북 소년을 응원하는 함경아의 프로젝트는 수혜적 이벤트로 보여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탈북’이라는 정치적 상황의 본질을 포착할 수 있는 장치가 하나만 더 있다면 어땠을까.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들의 경향은 한국현대미술을 읽는 중요한 단서다. 지난 2014년 수상은 사진작가 노순택. 노순택과 믹스라이스의 공통점은 예민한 사회적 감각이다.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민낯을 볼 수 있는 현장에서 그들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순택은 공권력과 시민들이 대치하는, 긴장감 넘치는 현장에 어김없이 존재하며 찰나를 포착한다. 믹스라이스의 오랜 화두는 타국에서 이주해 온 노동자들이었다. 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률 그 조명 밑에 떨어진 짙은 그림자. 주류 사회로부터 소외된 곳에서 빛을 꿈꾸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 온 시간들이 그대로 작품으로 남았다. 동시대 풍경을 담고있는 작품들, 이들이 있어 나는 전시를 본다.



이어읽기 🚪 http://www.vop.co.kr/A00001081477.html

덧붙이는 글 | 인터넷언론 VOP [박민희의 미술이야기]로 연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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