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p 『월간미술』 기획의도 발췌
“우리 미술계는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한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제대로 된 자료조사와 연구는 구호에 머물고 전시나 프로젝트의 종료와 동시에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시점時點·시점視點_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아카이브전>(10.29~2020.2.2)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집요한 추적과 발굴, 그것을 바탕으로 한 한국현대미술사의 재조명. 이를 통해 1980년대 엄혹한 정치·사회적 현실에서 이뤄진 소집단 미술운동사가 정확하게 기술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 이야기와 더불어 한국 현대미술사에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해 본다.”



모든 인간은 관계 속에서 증명되는 사회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역사적 존재다. 하지만 역사는 역사적 가치를 자각한 사람들에 의해 선택적으로 기록된다. 일상에서 마주한 어떤 사람이나 사건들의 역사적 가치는 그것을 인지하는 사람의 노동을 통해 기록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역사적 존재로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동시대의 경험은 동시대인들의 기억과 말로 공유될 수 있지만 글, 사진, 영상, 녹음 등 유형의 것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또한 무수히 많은 기록 자료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소장자가 그 가치를 알지 못하거나 방치되어 있다면 한낱 짐짝에 불과하다. 때문에 후대에 문화유산으로서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록 자료들을 수집, 평가, 분류, 보존하는 아카이브즈Archives는 역사의식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월간미술 2019년 12월호 118~119쪽에 수록된 글의 도입부입니다.
지면으로 발행되었습니다. https://monthlyart.com/portfolio-item/2019년-12월-제419호/